나무 심기는 단순한 환경미화 활동을 넘어서 생태계 회복, 탄소흡수, 도시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중요한 생태 실천입니다. 같은 동아시아권이라도 한국, 일본, 중국은 기후와 토양,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따라 나무를 심는 방식과 선호 수종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세 나라의 나무 심기 특징을 비교하며 지역 맞춤형 조림 전략의 필요성을 알아봅니다.
기후: 기후대와 강수량에 따른 수종 선택
한국, 일본, 중국은 모두 북반구 온대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세부 기후 조건은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은 뚜렷한 사계절이 존재하며 겨울이 춥고 여름이 덥고 습한 기후입니다. 반면 일본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겨울이 비교적 온화하며, 남북 길이가 길어 아열대에서 냉대까지 다양한 기후대를 포함합니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사막성, 대륙성, 온대, 열대기후 등 매우 다양하여 나무 심기 전략이 지역별로 크게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기후 특성상 소나무, 참나무류(신갈나무, 졸참나무 등),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이 많이 심어지며, 내한성과 내염성이 고려된 수종이 우선됩니다. 도시에서는 이팝나무, 느티나무 등도 자주 보입니다.
일본은 벚나무(사쿠라)가 대표적인 조경수종이며, 기후에 따라 삼나무(스기), 편백나무(히노키) 등 고급 목재 생산용 수종이 광범위하게 재배됩니다.
중국은 기후 폭이 넓은 만큼, 북방에서는 소나무, 버드나무, 자작나무가, 남방에서는 대나무, 오동나무, 감탕나무 등의 수종이 자주 활용됩니다. 건조 지역에서는 사막버드나무, 포플러 등이 활용됩니다.
토양: 지질과 토양산도에 따른 나무 선택 기준
토양은 나무의 생존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한국은 산지가 많고 토심이 얕은 지역이 많으며, 산성토양 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내산성 수종이 잘 자라기 때문에 참나무, 소나무, 진달래류가 잘 정착합니다.
일본은 화산 지형이 많아 화산재가 퇴적된 토양이 분포하며, 유기물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편입니다. 이로 인해 편백나무(히노키), 상록활엽수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의 비옥한 흑토, 북서부의 황토, 남부의 적색토 등 다양한 토양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대나무림, 광엽수, 유실수 등이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활용됩니다.
문화: 나무에 담긴 의미와 조경 철학의 차이
한국에서는 소나무가 ‘절개’와 ‘민족성’의 상징이며, 은행나무는 절이나 도심 가로수로 많이 활용됩니다.
일본은 벚나무와 사계절을 즐기는 문화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조경에서는 자연을 닮은 인공미를 추구합니다.
중국은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상징적 수종이 선택되며, 버드나무, 복숭아나무, 감나무 등은 전통적으로 중요한 나무로 여겨집니다. 또한 대나무와 매화는 문학적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세 나라 모두 실용성과 생태 기능 중심으로 나무 심기 문화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지만, 기후, 토양, 문화에 따라 나무 심기 방식과 수종 선택에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취향이 아닌, 각국 생태 환경에 맞춘 ‘지속 가능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그 뿌리에 담긴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녹색 실천입니다. 나라별 특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조림이 지구를 살리는 길입니다.